장미꽃의 속삭임 – 최진희 작가

때로는 꽃이 말을 건넨다. 단어 없이도 마음에 파고드는 색채와 형태의 언어로. 정신장애 작가 최진희의 작품 “장미꽃의 속삭임”은 그러한 ‘비언어적 감정의 대화’를 구현한 시적 회화다. 이 작품은 단순한 꽃의 이미지 너머, 삶의 아픔과 회복, 희망의 정서를 담은 고백이자 응시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화면 중심을 차지한 한 송이의 장미다. 채도 높은 분홍빛과 내부의 짙은 붉은 음영이 절묘하게 대비되며, 꽃잎은 부드럽고도 생명력 있는 곡선으로 펼쳐진다. 이 장미는 단지 피어난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전하고자’ 하는 듯한 자세로 서 있다. 그림의 제목인 ‘속삭임’은 그 자세와 표정을 암시하는 듯, 마치 감정을 품은 인물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환상을 자아낸다. 최진희 작가의 화법은 섬세하면서도 직관적이다. 묘사와 생략, 현실성과 환상성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그녀의 붓 터치는 통제되지 않은 감정의 흔적처럼 생생하다. 이 장미는 화려함보다는 고요한 힘을 품고 있으며, 그 힘은 작가의 삶을 지탱해온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꽃은 단순히 아름다움의 상징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정체성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장미꽃의 속삭임”은 정신장애라는 프레임 속에서 흔히 소비되는 ‘치유의 이미지’ 그 이상이다. 이 작품은 한 예술가가 스스로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감상자에게도 “당신에게 위로의 색은 어떤 빛인가?”를 묻는 시각적 질문이다. 최진희 작가의 장미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속삭임은 오래도록 귀에 맴돈다. 바로 그 조용한 파동 속에, 예술의 본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