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두 마리의 닭이 마주 선 모습은, 마치 자연 속에서의 존재의 당당함과 조화의 미학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상현 작가의 「군계도」는 전통 채색화 기법을 바탕으로 섬세하게 표현된 군계의 위엄과 품격을 담아낸 작품이다. 깃털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그려낸 표현력과 금채(금색 안료)의 화려한 터치는, 작가의 높은 집중력과 탁월한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특히 닭의 시선, 자세, 깃털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계산된 구성은 단순한 동물 묘사를 넘어 생명에 대한 존중과 관찰의 깊이를 담고 있다. 자폐라는 특성과 함께 살아가는 작가가 반복과 패턴 속에서 찾아낸 질서와 아름다움은, 이 작품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배경의 여백과 대조되는 색의 농담,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닭의 형상은 고요한 화면 속에서도 생동감을 자아내는 힘을 지닌다. 「군계도」는 단순히 한 폭의 동양화를 넘어, 자연과 생명, 그리고 자아에 대한 작가의 고요한 성찰과 경외심이 녹아 있는 귀한 시각 언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