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안식 – 이형균 작가

현실의 조각들이 순수한 시선 아래 재조립되면, 그 풍경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니다. 정신장애 작가 이형균의 작품 “사랑하는 나의 안식”은 이러한 시각의 전복을 통해 관람자에게 조용한 충격을 안긴다. 이형균 작가의 회화는 삶의 가장 익숙한 장면을 마치 새로 태어난 것처럼 신선하게 포착하며, 그 안에 깊은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깔아놓는다. 작품 속 배경은 도시 외곽의 주택가 혹은 작가가 실제로 머물렀던 일상 공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면의 구성은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사실주의적 묘사에서 과감히 벗어나 있다. 평면적이고 간결한 필치, 그리고 어긋난 원근과 색채의 충돌은 오히려 이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꿈속에서 재현되는 ‘기억의 지도’ 같기도 하다. 강한 녹색의 덩굴과 울창한 수풀, 경사로를 따라 형성된 정원과 그 사이에 놓인 건물들은 직선과 곡선이 섞여 다소 비현실적인 조화를 이루며, 작가의 시선이 ‘외부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드러내는 방식’임을 보여준다. 담백하게 그려진 나무들과 구름, 푸른 하늘은 그 자체로 고요한 감정의 표상이다. 특히 장면의 좌측에 위치한 분홍빛 구조물은 화면 전체에서 이질적인 색감을 띠며, 감정적으로 중요한 ‘상징물’처럼 느껴진다. 이형균 작가에게 그것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자신을 지탱시켜준 기억의 피난처일지도 모른다. 이형균 작가의 회화는 언뜻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치열한 자기 정돈의 결과물이며, 외부와의 투쟁을 내면의 평화로 승화시킨 고요한 기록이다. 이 작품은 관람자에게 “당신에게 안식처란 어떤 곳인가?”라는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정신장애라는 프레임을 넘어, 예술의 본질은 결국 인간의 감정을 얼마나 정직하게 담아낼 수 있느냐에 있다는 진리를 이형균은 증명하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안식”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존재가 깃든 장소이며, 그리움을 품은 시간의 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