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를 지닌 이상현 작가의 「신선설화도」는 전통 민화의 형식 위에 현대적 감수성과 독창적 조형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순지 위에 혼합분채로 그려진 이 작품은 연꽃과 백로가 어우러진 고요한 연못 풍경을 통해 ‘신선이 노니는 정원’이라는 환상적 공간을 그려낸다. 단순한 자연 풍경을 넘어, 전통 설화 속 이상향—즉, 신선(神仙)이 노니는 정원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연꽃은 해탈과 청정함을 상징하고, 백로는 고결한 인품과 도량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화폭 가득 채운 생명력 넘치는 연잎과 꽃, 두 마리 백로의 우아한 움직임은 자연의 조화와 내면의 평화를 상징한다. 특히 세밀한 붓질과 채색은 작가 특유의 감각적 집중력을 드러내며, 자폐적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독자적인 미적 질서를 구축한다. 이상현 작가는 장애라는 경계를 예술의 언어로 뛰어넘는다. 작품 속 자연은 현실 너머의 이상향이자, 감각의 정원이 된다. 「신선설화도」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 관람자에게 치유와 명상을 선사하는 조용한 시(詩)이며, 새로운 감각의 민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