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지 혼합채색, 29x41cm)
철석같이 스스로를 옥수수라고 믿는 남자가 있었다.
오랜 치료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옥수수가 아니라는 것을 겨우 납득한 남자는 집으로 귀가 조치 되었다.
그러나 며칠이 되지 않아 혼비백산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아니 무슨 일입니까? 의사가 물었다.
닭들이 나를 자꾸 쫓아다닙니다. 무서워 죽겠습니다.
환자는 몸을 떨며 아직도 닭이 자기를 쫓아오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면서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의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심시켰다.
선생님은 옥수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 이제 그거 아시잖아요?
남자가 말했다.
글쎄, 저야 알지요. 하지만 닭들은 그걸 모르잖아요. 「김영하 단편소설 ‘옥수수와 나’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