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도 박영희 작가

순지에 혼합분채, 2024 53x78cm

박영희작가의 잉어도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한 일상의 소망들이 균형있게 배치되어 있는 잘 다듬어진 전통민화입니다. 잉어(鯉魚), 또는 '잉어도'는 장수와 번영의 상징으로, '용오름'을 비유하여 물고기가 용으로 변모하는 '근변(鯉變)' 신화를 연상시킵니다. 이는 인내와 노력을 통한 사회적, 정신적 상승을 은유하는 도상입니다. 연화(蓮花), 즉 '연꽃'은 '연화정신(蓮花淨心)'을 상징하여, 불결한 환경에서도 청정함을 유지하는 연꽃의 특성에서 추출된 정신적 순수와 정화,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연꽃은 불교적 윤회와 연기의 개념을 함축하며, 동시에 부처나 보살을 상징하는 '법신(法身)'의 표상이기도 합니다. 연엽(蓮葉)은 연꽃과 함께 '연하연상(蓮下蓮上)'의 이상향을 형상화하며, 불변하는 도덕적 가치를 의미합니다. 연꽃을 받치고 있는 연잎은 지지와 보호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며, 생명의 순환과 끊임없는 재생을 암시합니다. 비단벌레는 '수마(守馬)'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액운을 막고 길운을 불러들이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민화에서 흔히 보는 상서로운 전조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상징적 요소들은 조화롭게 배열되어 '상서로운 의미를 지닌 조형적 도상'의 집합체로 볼 수 있으며, 관람자로 하여금 상서로움과 정신적인 부와 건강을 기원하는 내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복합적인 상징체계는 동아시아 민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으로, 종교적, 사회적 가치를 통합하는 시각적 언어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