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쓸고 있는 아저씨 – 허철웅 작가

휘몰아치는 듯한 파란 곡선과 강렬한 빛의 붓질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정신장애 예술가 허철웅 작가의 독창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다. 거대한 파도처럼 솟아오른 자연의 형상들 사이로, 한 아저씨가 조용히 빗자루를 들고 서 있다. 마치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햇살의 흐름과 얼어붙은 시간 속을 쓸어내는 듯한 이 장면은,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시적으로 그려낸 상징적 풍경이다. 햇살처럼 퍼지는 붉고 노란 빛, 푸르게 소용돌이치는 파도 속의 인물은 단지 노동의 피로함을 넘어선 치유와 사유의 여정을 말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작고 묵묵한 손길이 얼마나 위대할 수 있는지를 담담하게 표현한다. 강한 색감과 리듬감 있는 붓터치는 허철웅 작가 특유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며, 혼돈과 평화, 절망과 희망이 맞물리는 경계에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고스란히 전한다. 이 작품은 장애 예술가의 섬세한 감성과 미적 언어가 얼마나 풍요롭고 강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증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