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채색과 정교한 선묘로 피어난 두 송이 모란꽃은, 자폐장애 작가 이상현이 전하는 고요하지만 깊은 아름다움의 언어이다. 한 송이는 진한 자주빛으로, 또 한 송이는 화사한 붉은빛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 아래 풍성하게 뻗어 나간 푸른 잎사귀들은 작품 전체에 생명력을 더해준다.
모란은 예로부터 부귀와 영화를 상징해 왔으며, 이상현 작가는 이 전통적인 소재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정제된 구성과 균형 잡힌 배치, 섬세하게 표현된 색감의 농담은 작가의 탁월한 집중력과 조형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폐라는 특성과 예술적 감수성이 어떻게 아름답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특히 붓끝에서 전해지는 결의와 단아한 분위기는 마치 한 편의 정묘한 민화 혹은 화조화를 연상케 하며, 전통과 현대, 질서와 자유를 오가는 시각적 명상을 이끌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