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방아 친구들 – 박영희 작가

박영희의 「토끼방아 친구들」은 전통 민화의 상징적 요소를 차용하면서도 따뜻한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푸른 잎과 꽃으로 가득한 나무가 자리하고, 그 위를 수없이 많은 작은 새들이 메우고 있다. 붉은 해가 떠오른 배경은 생명의 기운을 강조하며, 땅 위에서는 토끼 세 마리가 함께 방아를 찧고 음식을 나누는 장면이 펼쳐진다. 토끼가 방아를 찧는 모습은 예로부터 달과 풍요, 장수를 상징하는 소재로서 민화와 전승 설화 속에 자주 등장해왔다. 작가는 이를 단순히 전통적 도상에 머무르지 않고, 다수의 작은 새들과 화사한 꽃을 함께 배치하여 공동체적 조화와 생명력의 확장을 표현한다. 나무 가득 앉은 새들은 활발한 생명력을, 방아를 찧는 토끼들은 협력과 화합을 상징하며, 이는 결국 풍요로운 삶의 은유로 이어진다. 순지혼합분채 기법으로 구현된 색채는 선명하면서도 은은한 질감을 유지하여 화면 전체에 따뜻하고 활기찬 기운을 부여한다. 단순화된 형태와 평면적 구도 속에서도 토끼, 새, 꽃, 해가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수행하며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 「토끼방아 친구들」은 전통 민화의 도상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 탄생한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서정적 해석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단순한 동화적 장면을 넘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과 풍요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