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의 「호랑이 같이놀자」는 전통 민화의 대표적 소재인 호랑이를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붉은빛과 노란빛을 띤 두 마리 호랑이가 나란히 등장하며, 활짝 웃는 표정으로 관람자를 맞이한다. 전통 민화 속에서 호랑이는 권위와 두려움의 상징이자 벽사(辟邪)의 의미를 지녔으나, 이 작품의 호랑이들은 위압감보다는 다정하고 유쾌한 동무로 다가온다. 배경에는 소나무 가지 가득 검은 새들이 앉아 있으며, 검고 하얀 대비로 표현된 꽃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붉은 해가 떠 있는 하늘과 초록의 숲, 노란 땅은 강렬한 원색의 대비를 이루며, 호랑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더욱 강조한다. 이러한 색채 구성은 순지에 분채와 혼합분채 기법의 특징을 잘 드러내며, 전통 민화가 가진 소박하면서도 대담한 채색 감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호랑이를 단순히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재현하지 않고, 함께 놀고 웃는 존재로 표현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 강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동체적 세계관을 담아낸다. 웃는 호랑이는 보는 이에게 친근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을 즐기는 동반자로 자리한다. 「호랑이 같이놀자」는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현대적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장애인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낸 해학적 호랑이의 모습은, 민화가 지닌 생명력과 유머를 오늘의 예술 언어로 이어가며, 관람자에게 친근한 미소와 함께 깊은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