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화병도(牡丹花瓶圖) – 박복례 작가

전통 민화에서 모란은 부귀와 영화, 장수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받아 왔다. 그 화려한 형상은 단순한 식물 묘사를 넘어, 인간의 바람과 기원을 담는 도상(圖像)이 되어 민중의 삶을 위로해 왔다. 박복례 작가의 “모란화병도(牡丹花瓶圖)”는 그러한 모란의 상징성과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깊은 생명력과 조형미를 동시에 전해준다. 화면 중앙에 배치된 고풍스러운 갈색 화병은 각양각색의 모란으로 가득 차 있다. 분홍, 노랑, 파랑, 보라 등 다채로운 색상의 모란꽃들이 층층이 겹치며 피어올라, 정면을 향한 평면 구도 안에서도 입체감과 율동감을 자아낸다. 그 아래로 촘촘히 펼쳐진 이파리들은 짙은 녹색으로 화면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며, 풍성함과 조화로움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박복례 작가의 모란은 전통 민화 양식을 충실히 따르되, 단순한 반복이 아닌 정교한 선묘와 채색의 균형을 통해 세련된 밀도감을 완성한다. 각 꽃잎의 끝은 농담이 섬세하게 살아 있으며, 입체적인 음영 표현이 도입되어 전통과 현대의 미감이 절묘하게 융합된다. 특히 파란 모란과 보라색 모란은 민화에서는 드물게 등장하는 색조이지만, 작가는 이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모란의 상징을 한층 다면적으로 확장해낸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경쾌하고 단아하다. 한 송이의 꽃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그려낸 화법은 장애라는 신체적 한계를 예술적 집중력으로 승화시킨 결과이고 정밀한 손길로 ‘꽃이 가진 기품과 무게’를 화면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