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 최진희 작가

한 소녀가 하얀 강아지를 품에 안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최진희 작가의 「소녀」는 말없이 전해지는 따뜻한 위로와 교감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포옹의 장면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사랑과 유대, 그리고 내면의 평화를 상징적으로 담아낸다. 얼굴의 윤곽을 최소화한 소녀의 모습은 마치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을 투영할 수 있도록 비워둔 여백처럼 느껴진다. 강아지를 향한 그녀의 포옹은 단순한 애정 표현을 넘어, 세상 속에서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위로받는 장면으로 읽힌다. 흑백에 가까운 절제된 색조와 거친 붓결은 오히려 감정을 더욱 짙게 부각시키며, 작가의 섬세한 내면과 따뜻한 시선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세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오직 서로에게 집중하는 이 두 존재의 모습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안전한 품’의 이미지이기도 하다. 「소녀」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 그리고 사랑이 머무는 고요한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