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 양경화 작가

한국 전통의 미감과 따뜻한 서정을 담아내는 지체장애인 양경화 작가의 회화 세계는, 현실의 경계보다는 기억과 감성의 풍경에 뿌리를 둔다. 그녀의 아크릴화 「어느 봄날」은 단순한 시골의 한 장면이 아닌, 고요한 생의 순간을 정서적으로 포착한 서정시적 회화로 주목된다. 작품은 황토빛 초가집과 나지막한 돌담, 장독대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한국 농가의 봄 풍경을 소재로 삼는다. 그러나 그 풍경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기억의 재조합이며, 감각으로 환기된 고향의 정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면 구성이 주는 안정감과 색채의 명징함이다. 따뜻한 노란색과 초록, 연분홍색의 대비는 생명의 활기를 전하며, 아크릴 특유의 선명한 색감은 자연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벚꽃의 표현은 마치 인상파적 터치처럼 느슨하면서도 풍성하고, 하늘과 산의 연결은 공간감을 확장시킨다. 동시에 돌담과 장독대의 질감 묘사는 세심하고 단단하여 이질적이기보다는 조화롭다.